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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09 :: 열네 계단

"시련은 사람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준다."
- 작자 미상 -

고양이는 아홉 번의 삶을 산다는데,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세번째 삶을 살고 있고, 나는 고양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첫번째 삶은 1944년 11월의 맑고 추운 날에 시작 되었습니다. 그날 나는 농사꾼 집안의 여덟 형제 중 여섯번째로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 가족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습니다. 엄마는 집에 계시면서 감자와 콩, 옥수수 빵과 야채로 음식을 만들있고, 그 동안 우리 형제들은 벌이가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 했습니다. 

기껏해야 쥐꼬리만한 돈을 받으면서 형제들은 성장하면서 대부분 결혼했고, 누나와 나만이 남아 어머니를 부양 했습니다. 어머니는 생의 마지막 몇 해를 온몸이 마비된 채로 보냈고, 안타깝게도 육십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누나는 얼마 후 곧 결혼 을 했고, 나도 같은 해에 누나의 뒤를 이어 가정을 꾸몄습니다.내가 첫번째 삶을 즐기기 시작한 때가 바로 그 무렵입니다. 나는 무척 행복했고, 건강도 좋았으며. 운동에도 만능이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곧 사랑스런 두 딸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나는 산호세에 좋은 직장을 구했고, 더불어 산카를로스의 해안 지역에 아름다운 집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삶은 감미로운 꿈과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달콤한 꿈이 끝나고 무서운 악봉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이 말입니다. 나는 서서히 운동 신경을 마비 시키는 희귀한 병에 걸린 것 입니다. 그 병은 처음에는 내 오른쪽 팔과 다리를 공격하더니 곧이어 왼쪽으로 퍼져갔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삶의 시작 되었습니다. 

병에 걸렸어도 나는 날마다 차를 몰고 직장으로 출퇴근했습니다. 차에 설치한 특수 장치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로 건강과 낙관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열네 개의 계단 덕분입니다. 열네 개의 계단이라니 무슨 미친 소리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집은 건물이 바닥과 떨어져 있어서 차고에서 주방 문으로 이어지는 열네 개의 계단이 있었습니다. 그 계단들은 내 삶을 재는 척도이며 나로 하여금 삶을 계속하게 반드는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 계단을 모두 오르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을 것이라고." 나는 날마다 한 발을 올려 계단 하나를 올라가서는 다른 발을 고통스럽게 끌어 올려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열네 번을 반복해서 완전히 지친 몸으로 계단을 다 올라갔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직장을 다니고, 계속해서 그 계단을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딸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행복한 결혼을 했습니다. 이제 나와 아내만이 열네 계단이 있는 아름다운 집에 남았습니다. 당신은 용기와 강인한 힘을 가진 한 남자가 거기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자신에 대해 심각한 환멸감을 느끼는 한 장애인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차고에서 뒷문으로 올라가는 서글픈 열네계단 덕분에 그나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아내와 집과 직업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그것도 중간에서 여러 차례 쉬면서 다리를 끌어올리며 계단을 올라갈 때면 내 마음은 여러 해 전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야구와 골프를 즐기고 체육관에서 운동연습을 하고 하이킹 수영 달리기, 점프를 하던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떠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끌고 몇 개의 계단을 간신히 올라가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더욱 깊은 환멸과 좌절에 빠졌습니다. 삶에 대한 내 부정적인 철학을 내 뱉을 때마다 아내와 친구들은 심한 불행을 느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만 홀로 고통 받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미 9년 동안 십자가를 졌지만, 열네 계단을 올라갈 수있는 한 계속해서 그것을 짊어져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것의 내가 이 지구별에서 살았던 첫번째와 두번째 삶입니다.


1991년 8월의 어두운 밤, 나는 세번째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아침 집을 떠나면서 나는 그토록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평소보다 더 힘이 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계단을 올라갈 일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날 밤 집을 향해 출발하려는데 밖에 비가 뿌리고 있었습니다. 돌풍과 사나운 빗줄기가 차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차를 몰고 도로를 내려갔습니다. 

그곳은 차량 동행이 그다지 많지 않은곳 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운전대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차가 오른쪽으로 꺾였습니다. 동시에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퀴 펑크 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빗물 때문에 미끄러워진 갓길에 간신히 차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에 빠져 운전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내가 바퀴를 갈아 끼운단 말인가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차가 멈춰 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바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 그들이 차를 세울 것인가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 해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조금만 더 가면 옆으로 샛길이 나 있고 그곳에 집이 한 채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시동을 걸고 쿵쾅거리는 자를 몰면서 조심조심 갓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마침내 옆으로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고, 다행히 그쪽으로 차를 돌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의 불 켜진 창문이 보였습니다. 나는 차고로 가는 길목에 차를 대고 몇 차례 경적을 울렸습니다. 

문이 열리고 어린 소녀가 현관에 나타나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차의 유리문을 내리고 소리쳤습니다. 차바퀴가 펑크가 났는데, 나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에 바퀴를 갈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소녀는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비옷과 모자로 무장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뒤를 한남자가 따라 나오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 했습니다. 나는 빗물 한 방울튀기지 않는 퀘적한 차안에 편히 앉아 있는데, 남자와 어린 소녀가 비바람을 맞으며 바퀴를 가는 것이 약간은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나는 그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할 생각이었습니다.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진 듯해서, 나는 유리문을 내리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줄곧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너무 꾸물거리며 일하는 것 같아 약간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 뒤에서 철커덕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리고, 곧이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기 잭 손잡이가 있어요, 할아버지" 남자가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윽고 차가 잭으로 들어 올려지면서 천천히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도 긴 간격을 두고 연장 만지는 소리 자체의 흔들림, 낮게 중얼거리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모든 일이 끝났습니다.

잭이 제거되면서 차가 쿵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트렁크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곧이어 두 사람이 차 유리문 옆으로 걸어왔습니다. 남자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으로, 비옷으로 가린 몸이 몹시 허약해 보였습니다. 내 짐작에 어린 소녀는 열 살이 나 열한 살 정도였습니다. 소녀는 즐거운 얼굴로 입가에 커다란 미소를 짓고 서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차가 고장나면 고생스럽지요.하지만 이젠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그가 머리를 내저었습니다. "한푼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신시아가 당신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라고 하더군요. 당신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쁠 뿐입니다. 서로 입장이 바뀐다면 당신도 내게 똑같이 해줄 겁니다. 돈은 내지 않아도 됩니다. 선생" 나는 5달러짜리 지폐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 조그만 성의 라도 표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돈을 받으려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소녀가 차의 유리 문으로 한 걸음 다가와 조용히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돈을 볼 수 없으세요." 얼어붙은 듯한 몇초 동안 부끄러움과 전율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강렬한 감정이 나를 사로 잡았습니다. 장님 노인과 어린아이였다니! 노인은 어둠 속에서 차갑게 젖은 손가락으로 볼트와 연장들을 더듬었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들은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나를 위해 차바퀴를 갈아 주었습니다. 

그 동안 나는 목발과 함께 차 안에 편안히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장애자라는 이유를 대면서. 그들이 인사를 하고 떠난 뒤 내가 그 자리에 얼마나 더 앉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몇 가지 진실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자기 연민과 이기심, 그리고 속 좁은 생각으로 가득차 있음을 나는 깨닫았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선 무관심 했었다는 것도
나는 그곳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내게 힘과 더 넓은 이해심을 달라고, 그리고 나의 단점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해달라고 또한 영적인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고칠 수 있도록 날마다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장님 노인과 소녀를 축복하는 기도를 올린 뒤, 마침내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떨리는 마음과 겸허한 영혼을 간직하고서 말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남들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들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그로 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이런 충고의 말은 나에게 성경에 나오는 단순한 구절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의 방식이고, 내가 늘 따르고자 노력하는 지침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좌절할 수도 있고, 때로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 나는 매일 열네 개의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나만의 작은 방식으로 남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어쩌면 내가 차 안에 앉아 있는 장님 을 위해 차바퀴를 갈아 줄 날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의 나처럼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 할 맨워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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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NHANBU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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