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소설 유명한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쓴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소개합니다.

1946년 간행. 주인공 라비크는 베를린의 큰 병원의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였으나, 나치스에게 쫓겨 파리의 뒷골목에서 무면허 외과의 노릇을 합니다. 따뜻한 인간성과 예리한 감수성을 지닌 그도 비정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견실한 시민생활에서 밀려나 허무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떠돌이 신세인 여가수 조앙과, 육체는 병균에 썩어가고 있지만 아름답고 총명한 케이트와의 사이에 싹트는 연애감정도, 뜻밖에 만난 나치스 강제수용소에서의 원수 하아케에게 보복하려는 격정도 모두 허상으로 사라집니다. 이윽고 독불전쟁이 시작되자 불법입국자로서 더 머무를 수 없게 된 그는 파리 하늘에 높이 솟은 개선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 사라져 갑니다.

광대한 역사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의지할 곳 없는 망명자들의 온갖 경험과 운명을 대중성이 짙은 문장으로 묘사하였습니다.

- 이야기 줄거리 -


한 여인이 라비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퐁드 랄마의 다리 난간에
기대어 비가 내리는 센 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치는 거리를 여인은 퍽 많이 걸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여인을 부축해서
에트와르 광장 근처의 술집으로 데리고 가서 칼바도스를 마셨습니다.

개선문이 어둠 속에 우뚝 솟아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그는 갈 데 없는 그 여인을 자기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전화가 울리자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여인을 혼자 둔 채로, 라비크는 급한 수술 환자가 있다는 동료 의사의 요청으로 달려갔습니다. 라비크는 독일에서 망명한 유명한 외과 의사로 반나치 운동을 도운 혐의로 아내와 함께 체포당해 심한 고문 끝에 아내는 자살하고 그는 아무런 증명도 없이 파리로 탈출, 수술을 대행해 주는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술한 소년은 가짜 금 사슬을 발목에 찬 채 죽어 갔습니다. 라비크는 내가랄마 다리 근처에서 서성거리지 않고 한 시간만 빨리 집에 왔어도 소년은 살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라비크의 방에서 잔 여인은 여배우였습니다. 어느 날 라비크가 없는 사이에 성모상을 놓아 두고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라비크는 그녀의 이름이 조앙이라는 것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는 또 수술 이외에도 유곽의 창녀들을 검사하는 일도 했습니다.



일의 보람도 없이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그는 조앙이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언제나 같은 옷의 그 모습이 라비크의 마음을 울렸던 것입니다. 둘은 서로
사랑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이기에 더욱 그 사랑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도 끝이 왔습니다. 라비크가 체포되어 스위스로 추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갖은 수단을 다하여 다시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놀랐습니다. 조앙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비탄에 빠졌습니다. 매일 술로 슬픔을 달래고 있었는데,하루는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옛날 자기를 고문했던 독일 정보원을 만났습니다. 적개심이 불타 올랐으나 꾹 참고 그는 지난날의 괴로움을 생각하며, 그를 유인하여 살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허탈한 상태로 집에 도착하자 조앙이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조안나의 남편이 라비크에게 가려는 조앙을 총으로 쏘았던 것입니다. 조앙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라비크는 최선을 다했으나, 조앙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거리는 더욱 복잡했고, 신문사의 전광 뉴스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라비크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라비크는 다시 붙잡혀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트럭에 실려 가고 있었습니다. 트럭은 어두운 거리를 달려 에트와르 광장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어디에서고 불이 켜진 데가 없었습니다. 광장은 어둠만이 짙었습니다. 너무나도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 세계문학사 작은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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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NHANBU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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