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눈 덮인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눈보라까지 심하게 몰아쳐 눈을 뜨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인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멀리서 여행자 한 사람이 다가왔고 둘은 자연스럽게 동행이 됐습니다. 동행이 생겨 든든하긴 했지만 말 한마디 하는 에너지라도 아끼려고 묵묵히 걸어가는데, 눈길에 웬 노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눈에 묻히고 추위에 얼어 죽을 게 분명했습니다. 동행자에게 제안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갑시다. 이봐요, 조금만 도와줘요." 하지만 동행자는 이런 악천후엔 내 몸 추스르기도 힘겹다며 화를 내고는 혼자서 가 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노인을 업고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더운 기운에 노인의 얼었던 몸까지 녹아 차츰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난로 삼아 춥지 않게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쯤 가자,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안도의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으아, 살았다. 다 왔습니다. 할아버지." 그런데 두 사람이 도착한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그는 인파를 헤치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에워싼 눈길 모퉁이엔 한 남자가 꽁꽁 언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시신을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을 코앞에 두고 눈밭에 쓰러져 죽어간 남자는 바로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앞서가던 그 동행자였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우리는 가끔 착각할 때가 있지요. 혼자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셋이 좋은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인데 말입니다. 힘들 때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 내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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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NHANBU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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